그냥 옆에 있겠다고만 했습니다
선생님들은 그 아이의 변화를 믿지 않았습니다
서울의 한 고등학교였습니다. 점심시간마다 동아리 모임을 했습니다.
중독을 주제로 이야기한 날이었습니다. 끝나고 나오는데 2학년 남학생이 찾아왔습니다. 자기가 도박을 하고 있는데 끊어보겠다고 했습니다. 학교에서는 여러 일로 선생님들의 신뢰를 잃은 학생이었습니다.
한번 해보자고 했습니다.
3주 뒤 연락이 왔습니다. 목소리가 다 죽어 있었습니다. 한 번만 만나달라고 했습니다.
그동안 있었던 일을 들었습니다. 끊어보겠다고 사이트에 안 들어가고 있었는데, 상대가 먼저 연락을 해왔다고 했습니다. 다시 발을 들이게 만들고, 갖고 있던 돈을 전부 걸게 했습니다. 대학 가면 쓰라고 친척이 준 돈까지 전부였습니다.
신고하겠다고 했더니 미성년자인 걸 알고 오히려 협박했다고 합니다. 학교와 집에 다 알리겠다고.
그날 밤 그 학생은 마지막을 생각했습니다.
저를 만나자고 한 이유는 그것이었습니다. 한번 해보자고 했던 얼굴이 떠올라서, 그 얼굴을 한 번만 더 보고 싶었다고 했습니다.
집 이야기도 들었습니다. 아버지는 오래 아팠고, 어머니는 혼자 일하시다 가끔 화를 못 참으셨습니다. 그 학생도 학교에서 화를 못 참았습니다.
손을 잡고 사과했습니다. 어른들이 미안하다고.
다른 거 한 거 없습니다
그냥 옆에 있겠다고만 했어요
버텨달라고 부탁했습니다. 그 과정에 옆에 있겠다고 했습니다.
그때부터 학생이 달라졌습니다. 공부를 하고, 화를 참고, 도박은 끊어졌습니다.
학교 선생님들은 믿지 않았습니다. 한 분은 저를 찾아와 속지 말라고 했습니다. 뭔가 꾸미는 거라고. 그래서 한마디만 했습니다. 다른 거 한 거 없다고. 그냥 옆에 있겠다고만 했다고.
더 놀라운 건 부모님도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.
그 학생은 졸업하고 한 해 더 공부해서 원하던 대학에 갔습니다.
본인 동의를 받아 게재합니다. 학교명과 이름, 시기는 밝히지 않으며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은 덜어냈습니다.